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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아과 오픈런’이 말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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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주꽃 조회 : 1 작성일 : 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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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공적 자원인 의료를 민간에 전적으로 떠넘긴 근본적 문제에 대한 성찰은 없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줄면서 진료를 보려면 부모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 ‘오픈런’ 에 대한 대책 하나만 봐도 정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무능력이 두드러진다. 소아청소년과 지망 의사가 감소하는 근본 원인은 대한민국의 출생률 감소다. 의료도 철저히 자본주의 원칙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에서 소멸하는 시장에 진입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장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소아 진료가 가능한 일차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등의 책임있는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는데 그럴 가망도 없다.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의료 인력에 대한 적정 인건비 계산을 제대로 할 실력이 없을뿐더러 ‘그 비싼 땅에 왜 공공 병원을?’이라는 기막힌 인식까지 뿌리박혀 있어 우리나라 공적 의료시스템은 이미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겠다는 식의 방안을 내세운다. 인과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보이는 문제만 땜질하는 대응책이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 연구원장의 (오픈런은)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브런치를 즐기기 때문이라는 발언은 여혐에 해당하는 한심한 말이지만, 아침 시간이 아니면 소아과 의원이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는 말은 새겨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아파도 부모가 휴가를 내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기껏해야 반차 정도밖에 못 내는 부모가 발을 동동 굴러가며 직장의 눈치를 보면서 이른 아침 시간 아니면 점심 시간이 끝날 무렵에 아픈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 문을 두드려야 하는 딱한 상황이 오픈런의 본질일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바로 저출생과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부모들의 노동력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주체들은 소아과 오픈런에는 관심도 없다.
세상의 모든 문제와 마찬가지로 의료는 그 사회가 처한 현실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의료 문제를 단순화하고 심지어는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용하겠다는 시도에 대해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의료 정책 입안자들이 의료 현안 해결책으로 항상 제일 먼저 의사 숫자를 들고나오는 이유는 가장 손쉽기 때문이다. 교육은 뒷전이고 진료 수입을 올려야 하는 교수들과 의과대학의 교육환경에 대한 고려는 이전에도, 지금도 없다. 의료가 좀 더 공적 성격을 가지려면 공공의료시스템이 30% 정도는 돼야 사적시스템과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보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고, 이 원칙은 참여정부 때 단 한 번 언급됐으나 바로 사라졌다. 그 결과 의사들은 사기업처럼 운영되는 병원에 취업하거나 개원 외엔 선택지가 없고 밥그릇에 직격탄이 되는 의사 증원엔 당연히 반발하게 된다. 이런 모습이 일반 국민에게는 곱게 보일 리 없기에 불신이 심화된다. 그리고 이 불신 비용의 최대 수혜자는 대형병원으로 대표되는 자본가들이다.
정책 입안자가 의사였다면 돌팔이처럼 허구한 날 오진만 하다가 연거푸 환자에게 해를 끼치고 처벌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처벌은커녕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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